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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저자
지음
출판사
동아시아 | 2014-03-1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교토대 출신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니트족 인생이 피곤하고 귀찮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잠시 대학 졸업 직후 내가 사회 초년생이었던 그 시간을 떠올려본다. 그 때도 역시 취업문이 하늘의 별따기다.. 어렵다 뭐다 해서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큰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었다. 지금은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운 좋게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국내 모 대기업에 인턴을 거쳐 정식 채용통보를 받았었다. 그리고 학창시절의 마지막 학기를 정말 아.무.생.각.없.이 보내버리고 말았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따위는 하지도 않은채 말이다. 입사 후 1년 동안은 재미있기도 하고 정신없이 지나가기도 해서 이렇게 지내는 건가? 이러면서 흘려보내고, 2년, 3년... 시간이 흐를수록 '이건 뭐지?'하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업무의 특성상 퇴근후에도 시도때도 없는 업무성 전화에 시달려야했고, 주말에도 역시 휴식과 취미생활을 즐길 수 없을만큼 일에 시달렸다. '일하는 시간'과 '사적인 시간'과의 경계가 모호했던 회사생활이었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내 시간과 인생이 회사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남들은 좋은 기업에 들어갔다며 부러워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정신은 피폐해졌고, 속은 타들어갔다. 쉬는 시간이 확보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에 중독 되어갔고, 많은 돈을 들여 좋은 곳에 여행을 가도 쉽사리 마음 놓고 즐길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내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내가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일에 내 젊은 날의 시간을 쏟아부을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고 슬픈 생각이 들었다. 점점 회사일이 내 인생과는 무관한 무가치한 시간낭비같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자발적 백수'가 되었고, 지금은 마음 편하게 적은 돈으로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찾아 배우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벌이는 회사를 다닐 때보다도 훨씬 적어졌지만, 마음과 정신은 편안하고 맑다. 내 인생에 무가치한 일들로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 내가 회사를 관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 중에 하나다.

 

 우리나라는 '다양성'에 대해 다소 인색한 사회다. 인생의 단계마다 사회에서 정해 놓은 수순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사회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한다. 가끔 매스컴을 보면 좀 웃기는 점이 있다. 자수성가한 청년 CEO를 찬양해 놓는 프로그램을 방영해 놓고, 뉴스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높아졌다 어쩐다..하며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모습같은 것들 말이다. 청년 CEO가 성공하기 전에 겪었던 수 많은 실패의 경험보다는 성공한 그 모습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출간직후 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 한 권 있었다.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이 바로 그 책이다.

 

 니트족이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이다. 보통 15~34세 사이의 미혼에 학업도 하지 않고 가사일도 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한다. 취업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니트족으로 교토대학 졸업 후 회사에 다니다 니트족이 된 사람이다. 일본 니트족들의 철학적 기반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람이라는데, 책 내용이 참 흥미롭다. 이미 니트족이 사회에 만연한 문제로 자리매김한 일본과 달리, 우리는 현재 진행형이므로 참고할 만한 내용이 중간에 꽤 있다. (사실 내 생각으론 과연 니트족이 사회적으로 문제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저자의 의견을 간단히 이야기해 본다면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을 하면 되고, 돈을 적게 벌고 써도 상관 없이 내 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니트족도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선은 '니트족'은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위협, 문제라고 단정지어 버린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니트족'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용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뉜다.

 

# 니트족의 네트워크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 니트족의 일상

# 니트족이 사는 방법

# 니트족의 미래

 

나름 체계적인 목차이다. 내용 중에는 조금 우리 사회와는 다른 부분이 있어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내용은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결혼을 해서 니트족에는 해당되기 어렵지만, 일단 성향 테스트를 해본 결과, 니트족에 상당히 가까운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에서는 내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 니트족이 되려면 체면은 버려라.

 저자의 지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문득 내가 다녔던 회사가 떠올랐다. 나도 한때 너무 힘들었을 때에는 머릿속에 극단적인 생각이 떠올랐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나는 그 전에 정신차리고 뛰쳐나오긴 했지만. 작년인가였을 거다. 내가 몸담았던 그 회사에서 입사 2년차 정도 된 신입사원이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이 생각났다.

 

사실 우리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고민하는 이유 중에 경제적인 것도 상당부분 차지하지만, '체면'역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어야 어디 가서도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생각, 한번쯤은 다 해 본적이 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보다, 어떤 간판을 가지고 당당해 하는 사람은 자존감에 대해 다시한 번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 같은 생활의 반복, 견딜 수 있어?

저자가 다녔던 회사는 그래도 좋은 회사였나보다. 업무강도는 높지 않고 칼퇴가 가능한 직장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업무가 없으면 또 없는대로 책상에 긴장한 채로 앉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게 뭔 짓인가..하는 생각이 들법도 하다. 본인이 흥미를 가지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면 옆에서 관두라고 해도 나가지 않을테지만, 본인이 하면서 스스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괴로운 것이 또 어디있을까?

 

 말그대로 '돈을 벌기 위해 혼을 파는' 격이다. 일본은 종신고용을 하는 기업이 꽤나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청춘을 바쳐 열심히 일해봤자, 아무리 좋은 회사라한들 40대에 접어들면 언제든 잘릴 각오로 다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같은 생활의 반복을 견뎌냈다한들.. 그 끝에는 비참한 비극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 소소한 일상이 중요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꿈이라고 꼭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어야할까. 인생은 매 순간 순간의 소소한 일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떤 대단한 이벤트만을 위해 평소 일상을 괴롭고 힘들게 보낸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부분 사람들은 거창하고 있어보이는 이벤트만이 대단하고 멋져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거창한 어떤 것을 위해 오랜 시간을 견디며 참기보다는 순간 순간을 평화롭게 보내고 싶다.

 

# 긱 하우스(Geek house)

 이 책에서는 니트족의 생활 방식으로 '쉐어 하우스'라는 것을 소개하고 있는데, 니트족들이 한 집에 모여서 생활공간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저자가 만든 '쉐어 하우스'는 '긱 하우스'라고 불리는데 운영방식 등이 오픈소스화 되어 그 누구라도 같은 방식으로 쉐어 하우스를 만들어 살 수 있다고 한다.(일본 외에도!) 우리나라에도 니트족이 늘어나면 이런 방식의 생활도 괜찮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어떤 누군가가 이런 쉐어 하우스를 만들었다고 뉴스에도 나오지 않을까?

  

 

 

 

#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은 그만둬라

 어딘가에 소속되어 돈을 벌게되면 일상의 대부분 시간을 회사를 위해 보내게 되므로, 남는 시간에 효율적으로 어떤 일을 처리하기 위해 돈을 많이 들이게 된다. 몸과 정신이 힘드니, 평소면 적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그 배의 돈을 들여 해결하게 된다.

 

 내가 결혼 후에도 맞벌이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본다. 아침에는 일찍 힘들게 출근하고 저녁에는 늦게 퇴근해서 집을 치울 여력이 없어 일주일에 한 두번은 가사도우미를 불러 해결을 할 것이다. 그리고 끼니때마다 직접 해먹기 귀찮아 매번 밖에서 외식을 해서 엥겔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쉬는 날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쇼핑몰을 돌며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살 것이다. 일년에 한 번 찾아오는 휴가 때에는 직장인들 모두가 휴가라 여행상품 가격은 평소보다 배를 웃돌고, 어렵게 가더라도 북적이는 인파탓에 휴가는 휴가답지 못할 것이다.

 

 벌이가 적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어지면 그 부족한 시간을 보완하기 위해 돈을 더 지출하게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집에서 하는 가사활동은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꽤나 가치있는 활동이다. 우리가 별 것 아니라고 무시하는 살림능력(요리,청소,빨래 등)은 사실 가계 경제에 엄청난 보탬이 되는 활동이다.(!!) 그리고 돈 한푼을 쓰더라도 생각을 한번이라도 더 하게되니, 많이 벌면서 저축은 못하고 대부분 지출로 나가게 될바에는 오직 돈만을 위해 정신을 소모하는 일은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라는 생각도 해본다.

 

 

 

 

# 어른들이 하는 말은 그 당시에나 통하는 상식이었을 뿐

 정말 동의하는 대목이다. 내 부모님 세대, 그러니까 베이비붐 세대는 청년기를 보냈던 당시 상황이 고도경제 성장기였기 때문에 취업도 걱정 없었고, 마음먹고 착실히 일하고 부동산 투자도 하고 저금도 잘 했으면 자산 축적을 문제없이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노력을 하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너무 힘들다. 부모님들 세대가 살아온 방식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안된다. 취업하고 싶지만 어려운 현실, 쥐꼬리만한 월급, 치솟은 집값으로 결혼하기도 힘들고, 결혼 후에는 집을 사느라 대출받은 돈을 상환하느라 가족계획은 세우지도 못한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상황자체가 다른데 본인 젊었을 적 이야기나 끄집어내며 젊은이들이 공감못할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위로는 못할망정 무시하면서 '내가 젊었을 땐 말이야..'하면서 본인 무용담을 늘어놓는 어른. 정말 꼴불견이다.

 

 

 

 

# '일'은 의무가 아닌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어디선가 보길,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 생각을 가진 것은 근대적 사고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산업 혁명 직후 경제가 발전하면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딱히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 무지한 사람들을(당시 기준으로) 노동에 참여시키기 위해 근대적인 교육기관이 생겼고,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일'에는 여러가지 정의가 내려질 수 있겠지만 '일=돈 버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아마도 이런 근대적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리라..짐작해본다. 우리가 초중고대학을 나오는 이유의 종착점에는 '취업'이라는 관문이 있다.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이라는 기관이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해버린 우스운 현실이다. 대학은 취업률로 좋은 대학인지 아닌지를 평가받는다. 도대체 '대학'이라는 타이틀은 왜 붙이는지...

 

 앞에서 니트족의 정의를 살펴보았는데 여기에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대목이 등장한다. 니트족도 분명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할텐데, 단순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다'고 단정지어버린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중요한 점은 '니트족'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그저 적은 돈으로 생활을 영위하며,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을 강요하는 것은 그 니트족의 자유를 박탈하고 핍박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을 하고, 그런 생활이 싫은 사람은 니트족 같은 생활을 해도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니트족이 늘어나서 경제가 안돌아간다느니 어쩐다느니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좀 말이 안된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그들도 일을 하려는 의욕이 생기지 않을까?

 저자는 니트족이라고 계속 죽을 때까지 니트족으로 살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이란 살다보면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는 것이다. 일을 하고 싶을 때에는 일을 하다가 또 니트족 생활을 하고 싶으면 그렇게 지내고. 물론 우리 사회에 그런 선택지가 다양할리는 만무하겠지만. 모두가 인생을 비슷한 모습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 니트족의 생활이 궁금하다면, 읽어볼만하다.

  일(돈 버는 행위)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궁금한 사람도.

  별을 하나 뺀 이유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좀 맞지 않은 내용이 조금 포함 되어 있어서.

  그리고 굳이 안들어가도 될만한 지엽적인 내용 같은 것도 있기도 하고~

  그래도 전체적인 내용은 흥미로웠다.

 

BY 엘리스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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