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일상

명절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세

엘블 2014. 2. 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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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 명절인 설이 지나갔다.

인천이 고향인 나는 아빠, 엄마 고향이 경기도와 서울이었기 때문에 명절에 장거리로 이동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명절마다 먼 거리를 이동해 시골에 내려가는 친구들을 부러워 하곤 했었다.

그리고 결혼 후 지금은 명절마다 부산에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차를 타고 갔었는데, 운전하는 사람이나 같이 타고 가는 사람이나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이제는 KTX 예매 기간 시작 타이밍에 정확히 6시가 시작되자마자 접속해서 표부터 구하고 본다.

사실 원하는 시간대에 표를 살 확률은 극히 드물고, 시간대에 빗겨나가서 구하게 된다. (이러면 안되는데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이번 명절은 2박 3일의 일정이었다.

내려가는 날이 연휴 시작일인 1월 30일이었는데, 오전에 내려가려고 했으나 저녁표 밖에 없어 도착하니 밤이 깊었다.

사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전혀 없다.

음식도 다 해 놓으시기 때문에, 음식을 차리고 설겆이 정도만 도우면 끝난다.

 

하지만 이번 명절에 무시무시한 스트레스가 있었으니... '애 낳으려면 빨리 낳아라. 왜 안 낳고 있니' 일명 '임신독촉'.

사실 나와 남편은 아직 계획이 없다. 있다 하더라고 2~3년 뒤? (나는 개인적으로 낳고 싶지 않다.)

어른들은 애가 태어나면 자기 먹을 건 다 가지고 태어난다라고 이야기 하시는데 요즘 세상이 그리 녹록치 않다.

나이가 어릴 수록 애를 낳으면 몸 회복이 빠르고 빨리 키워놓고 나중에 놀러다니면 좋다.. 이러는데, 과연 그럴까.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나이가 많아도 낳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애를 나중에 낳을수록 경제적, 심리적 여유가 생겨 스트레스가 없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당사자의 마음이 중요하다. 낳기도 싫은 타이밍에 애를 낳아서 아이한테 애정도 못주고 이러면 그런 비극도 없을 것 같다.

 

지난 포스팅에서 '정답사회'라는 웹툰을 포스팅했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답 강요는 정말 징한 것 같다.

남편의 큰집은 할머니만 계신다. 할머니 왈 애 안 낳는 거 그거는 인간이 아니라고..(옛날 분임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애를 아들 둘 딸 하나만 낳으시라고 그런다. 많이 낳으라고;;

그런데.. 자식 많이 놓으신 본인은 명절에 와서 같이 제사상 차리는 자식은 몇 없더이다.

 

남편의 외갓집. 사실 나는 아직도 왜 명절에 남편의 외갓집까지 가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도 남편 외갓집 식구들의 정이 각별해서일까.

하지만 시집 온 며느리까지 들어온 마당에 어머님 친정까지 데리고 가서 불편하게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각설하고, 남편의 외갓집은 대가족이다.

외삼촌 3분에 외숙모 3분, 그리고 이모님에 이모부님까지. 명절당일에 다 오신다. 그리고 시외사촌들까지.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가니 다음에 올 때는 하나 달고 와라.. 이런 소리 한 마디씩 하신다.

내색은 안 하고, 그냥 웃으며 어물쩡 넘어갔다.

이미 오기 전부터 나에게 바리케이트를 치라는 압박을 받은 남편은 옆에서 진땀 빼며 '낳을 때 되면 낳겠지요.'라고 둘러대고.

애 낳기 전 명절때마다 이런 시츄에이션이 반복될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애 낳아서 명절마다 데리고 오면 어른들은 귀엽고 그러니까 좋고 즐거워 하시겠지만,

애를 직접 낳아서 길러야 하는 당사자들을 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애 낳고 싶은 생각이 진짜 별로 안 든다.

태어난 직후부터 서로 비교하면서 경쟁에 뛰어들게 하는 사회.

그리고 주입식 교육에 성적만을 강요하는 사회.

이런 사회에 태어나게 하는 것 자체가 큰 짐과 부담을 얹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조차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가 안 잡히는데

다짜고짜 애만 떡하니 낳아서 정신없이 기르면 나 자신도 정체성을 못 찾고 혼란스러워 하며,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자의식이 강한 것 같다.

나는 아직 더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아직 내 길도 찾지 못했다.

그냥 애나 키우면서 집에서 살림만 하는 삶은 정말 끔찍한 것 같다.

 

앞으로 더 긴 시간을 이런 스트레스와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

어찌되었건 내 인생이니까.

간섭해도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지.

거기서 대응했다가는 더 잔소리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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