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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죽령옛길, 나무가 우거진 시원한 옛길을 걷다.
태풍 너구리가 몰고 온 높은 습도의 더운 공기가 한반도를 뒤덮어,
어젯밤에는 올 여름 들어 열대야가 가장 심했던 것 같습니다.
태풍이 멀찍이 물러간 오늘은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부니 조금 살 것 같네요 :-)
햇빛 쨍쨍하고 더운 날에 생각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경북 영주 소백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죽령옛길'입니다.
빽빽한 나무가 이어진 원시림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산길을 걷다보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은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죽령옛길에 불어오는 산바람을 맞다 보면 어느새 땀은 뽀송하게 말라 있답니다.
하늘에는 구름한 점 없이 쨍쨍한 날씨에도,
죽령옛길을 걷는 내내 그늘 같은 숲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수 많은 나무들이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약간의 땀을 내며 걷는다면, 여름철 보약이 필요 없지 않을까요?
오늘은 여름 피서지로도 좋고, 사계절 트레킹 코스로도 추천하고픈!
경북 영주의 죽령옛길을 포스팅에 담아봅니다.
죽령옛길의 입구는 희방사역부터 시작하지만,
희방사역부터 올라오면 오르막길이 계속되기 때문에,
좀 더 쉬운 코스로 걷고 싶으시다면
죽령옛길 죽령휴게소에서 희방사역으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잡고 걸으시면 좋습니다 :)
차량을 가지고 오시면 희방사역 입구에 세워두고 죽령휴게소까지 왕복으로 다녀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죽령옛길은 코스가 2개로 안내 되어 있었습니다.
죽령휴게소 코스는 트레킹 코스로 보통 난이도이고,
묘적령에서 죽령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등산코스로 보시면 될 것 같네요 :)
죽령휴게소에서 죽령옛길 입구로 들어갑니다.
입구에는 조금 가파른 내리막길이 있었지만~ 조심조심 살금살금 내려가봅니다. ^^
돌계단으로 만들어진 내리막길의 모습이 정겹죠?
죽령휴게소 코스는 보통의 난이도 이지만,
흙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운동화를 신고 걷는 것이 좋습니다.
좁은 흙과 돌로 된 길 양옆으로 무성히 우거진 수풀이
뜨거운 태양을 가려줍니다 ^^
시원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걸어갑니다.
'옛길'이란 이런 느낌 아닐까요?
깔끔하고 넓게 정리된 길을 걷는 것이 아닌
옛 사람들이 걸었음직한 분위기도 느끼며, 자연도 느낄 수 있는!!
중간의 급경사 길에는 나무테크길을 마련하여
보행자의 안전을 돕습니다.
초여름의 죽령옛길에는 산딸기와 뱀딸기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도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신라시대 때 '죽죽'이란 사람이 개척했다는 이 죽령옛길은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와 신라의 영토분쟁이 치열하게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는 영남에서 충청도 그리고 경기까지 이어지는 길목으로 활용되었다고 하네요.
옛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 길을 걸었을까요?
걷다 보면 이 죽령옛길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소개해 주는 안내판이 곳곳에 보입니다.
퇴계 선생과 그 형님 온계 선생의 애틋한 형제애에 관한 이야기!
형님을 배웅하기 위해 술과 안주를 마련하여 죽령에서 기다렸다는 퇴계 이황 선생님!
형제애가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끝난 뒤, 조금은 걷기 수월한 길이 나타납니다.
초여름, 죽령옛길의 싱그러운 신록이 온 몸을 맑고 시원하게 합니다.
죽령휴게소 코스는 대략 2km 정도로 이어지는 산길로,
편도 기준 약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중간에 이렇게 표시판으로 얼마나 남았는지도 볼 수 있어요 :)
발길 닿는 곳마다 그림같은 풍경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죽령옛길의 중간에는
키큰 삼나무가 빽빽히 들어서 있는 숲길이 있습니다.
참 멋진 길이에요.
우거진 나무 사이로 들리는 이름모를 새의 노랫소리는 죽령옛길의 배경음악이 되곤합니다.
여름철 피서로 물놀이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시원한 숲길을 걷는 것도 특별한 피서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얼마간 걷다 보니, 죽령옛길에 있었던 주막 자리가 나타납니다.
옛 사람들은 죽령옛길을 걷다 지친 다리와 허기진 배를 이곳에서 채웠겠네요.
지금은 평상자리가 대신 놓여져 있고, 죽령옛길을 찾는 이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되었습니다.
나무사이로 살짝 보이는 해가 마치 질투하는 것 같네요. ^^
죽령옛길에는 나무들이 떨군 작년 낙엽들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 낙엽들 덕분에 길이 폭신폭신해요.
또 나타난 죽령옛길의 이야기 표지판!
죽령의 산신 '다자구 할머니'에 대한 설화입니다.
죽령옛길을 통해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도적들이 생겨났고,
그들은 이 곳을 지나는 사람을 상대로 약탈을 일삼았습니다.
도적들에게 아들을 잃은 한 할머니가 고을 수령에게 도적소굴로 들어가
'돌자구야'하고 외치면 기다리고,
'다자구야'하고 외치면 도적들이 모두 잠든 것이니
그 때 도적을 잡으라고 알려줘 결국 이 도적들을 모두 소탕하였다고 하네요.
그 이후 할머니는 홀연히 사라지고 없어 수령은 다자구 할머니의 은혜를 기리고자
죽령에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다자구'는 다 자고 있다라는 뜻이고 '돌자구야'는 안(달) 자고 있다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천년 이상을 이어온 길이니만큼, 길에 얽힌 이야기도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가족들이 같이 걸으면 이야깃 거리도 늘어나고 재미있을 것 같네요 ^^
길을 걷다 올려다 본 머리 위 풍경!
키 높은 나무들이 지붕이 되어 주고 있었군요.
죽령옛길의 종점이 가까워집니다.
죽령휴게소에서 출발하면 희방사역이 종점이 됩니다.
이제는 완만한 들길이 이어집니다.
길을 걷다 발견한 이야기 표지판!
죽령의 개척자 '죽죽'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죽죽'을 기리는 사당이 죽령옛길 어딘가에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고 하네요.
죽령옛길 끝자락에는 넓은 사과나무 밭이 이어집니다.
사과나무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죽령옛길 ^^
죽령옛길이 자리한 곳은 경북 영주시인데, 영주는 달고 맛있는 사과로도 유명한 고장이라고 합니다.
가을에는 빨갛고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사과가 나무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겠죠?
아름다운 시골풍경은 죽령옛길에서 볼 수 있는 보물입니다.
죽령옛길의 희방사역 시점에는 이렇게 돌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일종의 랜드마크 아닐까요?
희방사역에 도착했습니다.
희방사역은 하루에 2번 기차가 지나가는 간이역이라고 합니다.
텅빈 철로가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철로를 사진에 담고 있는데, 경적 소리를 울리며 기차가 역에 들어옵니다.
하루에 2번 지나가는 열차를 보게 되다니!
운이 좋았네요 ^^
희방사 역 앞에는 마을이 있는데요,
이 곳에는 식당과 민박집도 있어,
숙박을 하면서 죽령옛길도 걷고 희방사도 둘러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깨끗하게 단장된 희방사역! 공식적인 이름은 소백산역이군요 ^^
소백산에는 죽령옛길 뿐만 아니라 '소백산 자락길'이라는 여러 코스의 걷기 좋은 코스가 있습니다.
다음에는 소백산 자락길의 다른 코스도 꼭 걸어봐야겠습니다.
희방사역 앞의 마을 입구입니다.
죽령옛길 초가집이라는 민박집 겸 식당이 있었는데요,
운치있고 좋아보이더군요 ^^
이제 바야흐로 휴가철이 다가오겠네요.
여름 휴가철 바다도 좋지만,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죽령옛길 같은 산길을 걷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BY 엘리스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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