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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저자
김영갑 지음
출판사
휴먼앤북스 | 2004-01-2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이 책은 작가 김영갑이 섬에서 울고 웃으며 온몸으로 헤쳐 온 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지난 가을 친구와 함께 제주도에 다녀온 뒤로 호시탐탐 다시 제주를 방문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당장 갈 수는 없기 때문에 제주도에 대한 책을 찾아 하나씩 읽어나가기로 했다. 그 첫번째 책이 바로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이다. 제주도의 명소 중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라는 곳이 있다. 제주도를 사랑한 사진가 김영갑씨가 생전에 담아왔던 제주도의 모습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라 들었다. 나는 이제껏 제주도를 4번 다녀왔는데 안타깝게도 이 곳은 아직 둘러보지 못했다. 진작 눈여겨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사실 '김영갑'이라는 사람의 생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단순히 '사진'을 보기 위해 제주도의 어떤곳을 방문한다는 것이 시간낭비라 생각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가 거쳐갔던 인생 여정을 알게 된 후, 다시 제주도를 방문하게 된다면 제일 먼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으로 달려가고 싶게 될 것이다. 내가 그렇다. 지금 당장 제주도에 떨어진다면 이 곳 부터 찾아갈테니까.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손바닥만한 창으로 내다 본 세상은 기적처럼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선생님이 루게릭병을 앓던 말년에 폐교를 손수 가꾸어 갤러리로 만든 곳이 바로 '두모악'이다.

'두모악'이란 이름은 한라산의 옛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는 한라산을 자신 영혼의 고향이라 부르며, 젊은 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 까지 제주도에 머물렀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그는 사진을 통해 '외로움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사진에 담기 위해 그는 매일같이 카메라를 짊어지고 같은 장소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얻기까지 몇시간이고 머물렀다고 한다.

얻지 못하면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다녀가기도...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이 책은 지은이의 자전적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적어내려가는데 틀에 박힌 형식은 필요없다.

때로는 그가 듣고 경험한 것을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 써내려갔고,

때로는 마음속에 담아둔 자신의 진솔한 생각과 살면서 터득한 진리를

독자들에게 툭 던지듯 써내려가기도 했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차례

 

글의 순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젊은 시절 제주도에서 사진을 하며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 해었던 이야기부터,

루게릭 병을 앓기 시작한 후 부터의 이야기까지.

젊었던 시절 제주도를 담고자 했던 열정에서부터 불치병을 앓게 된 뒤 한층 더 숙연해진 삶의 자세까지.

그가 가지고 살았던 가치관과 신념이 글 곳곳에 녹아들어있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책의 전반에서는 젊은 시절 제주도에 정착하며 겪은 제주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육지사람을 경계했다는 주인집 할머니의 이야기부터 산 속에 살고 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까지.

지금은 시간 저 뒤편으로 사라졌음직한 옛날 제주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책 중간 중간에는 그의 사진이 배치되어, 제주도를 떠올리며 읽기에도 좋았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제주도에서 삶을 위해 밭을 일구는 노인들과 물질을 하는 해녀의 삶을 보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형편없고 가치 없는지 깨달았다.

자신만만하게 세상과 삶에 대해 떠벌렸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는 말수가 적어졌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비록 그는 제주도에서 태어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제주도를 사랑했고 평생 제주도 사람이 되어 사진을 찍고자 노력했다.

영혼의 고향이 한라산이라던 그는 어쩌면 영혼의 부름에 이끌려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것은 아닐까.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그리고, 병을 앓기 시작한 후 부터 써내려간 후반부가 시작된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하루라도 사진을 찍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바로 온 몸의 근육이 굳어가는 루게릭 병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이내 그것이 낭비임을 알게 되었고

자신에게 남은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고자 결심하게 된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나에게 내일이란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이다. 허락된 것은 오늘 하루, 하루를 평화롭게 보낼 수 있으면 된다."

 

아직 나는 죽음을 생각하기에 이른 나이지만,

그가 병마와 싸웠던 때 써내려갔던 이 책의 후반부를 읽고 있고 있으니

내 인생의 마지막에는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잠시나마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막상 그때가 되면 어떤 감정이 들지는 알 수 없지만,

좌절과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기 보다는

내게 허락된 하루하루에 감사히 여기며 어떻게 보낼지를 생각해야겠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제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젊음 또한 얼마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온 인생을 바쳐 살아온 그의 삶은 비록 풍족치 않았고 때론 고통스러웠을지라도,

적어도 그 자신이 찾고자 했던 가치를 평생 좇을 수 있었기 때문에 행복했던 삶이었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과 다른 삶을 살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보내는 시선이 고왔을리 없었을 테지만.

곤궁스러웠던 생활보다는 오히려 주변의 시선이 좀 더 거슬렸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변하지 않을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틀에 박힌채로. '이건 아닌데...'하면서 하루가 가고 일년이 가고 십년이 간다.

물질적 풍요는 이루었을지언정, 과연... 정신의 풍요는 누리고 있는지.

 

고생스러웠을지언정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던 그 용기가 문득 부러워졌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그는 평생 예술혼을 불살라 제주도의 잊혀진 많은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의 사진기 셔터는 더 이상 눌릴 일이 없겠지만, 그의 사진은 계속해서 사람들의 영혼을 울릴 것이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평생 제주도를 마음에 품고 살다간 예술가가 들려주는 제주도의 이야기와

오직 한 길만을 보고 달렸던 예술가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한 권의 아름다운 책.

내가 살아온 삶과 앞으로의 삶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제주도 여행에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방문을 앞두고 있다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여행의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BY 엘리스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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