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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일상

5/25 일상

엘블 2015. 5. 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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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다녀온 원대리 자작나무 숲]

 

 어느덧 5월도 마지막주에 접어들었다. 낮에는 거의 30도에 육박할 만큼 날씨는 더워졌다. 이제 여름의 문턱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지난 주말 강원도에 다녀왔다. 강원도에 계시는 외할아버지가 편찮으신데, 엄마가 먼저가서 이것저것 챙겨주고 계셔서 엄마도 도울 겸 겸사겸사 다녀왔다.

 

 어렸을 적 여름방학 때면 강원도 외할아버지댁에 놀러갔던 기억이 있다. 마당으로 바로 앞쪽 강가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집에서 튜브를 허리춤에 끼고 바로 내려가서 물장구도 쳤었고, 마당에서 파라솔을 펴 놓고 숯위에 고기도 구워 먹었었다. 내 어릴적 앨범을 펼쳐보면 강원도 집에서 찍었던 사진이 꽤 많이 자리하고 있다. 그 때에는 마냥 신나고 즐겁기만 했었는데.

 그 때로 부터 약 20년이 흐른 지금. 마당 앞 나무는 내 키를 훌쩍 넘어 자라있고, 가을이면 밤이 주렁주렁 열렸던 밤나무는 병충해를 입어 밑둥만 남긴채 잘라 없어져버렸다. 강가로 내려가는 길은 풀이 무성해져 찾기조차 힘들어졌다. 그리고 이 곳을 다시 찾은 나는 벌써 서른이고, 외할아버지는 예전의 정정한 모습과는 달리 부쩍 마르셨고 목소리마저도 힘이 없어지셨다. 항상 집 구석구석을 말끔하게 치우던 외할머니의 손길이 사라진 집안은 세월의 흔적까지 더해져 많이 낡은 모습이었다.

 

 엄마가 할아버지께서 사진 정리를 하시는데 버리려던 것 중 몇 장을 골라낸 것을 보여주셨다. 아주 옛날, 20대의 젊었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결혼사진이었다. 한복을 입고 두 분이서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의 모습과는 아주 다른, 젊고 멋진 당당한 모습이었다. 사진 속 모습이 문득 낯설게 다가왔다. 이북에서 홀홀단신으로 내려오셔서 슬하에 2남 1녀를 두시고 군인으로 나라를 지키셨던 외할아버지. 기력이 쇠하셨지만 여전히 당당하고 강한 정신력이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2007년 어학연수로 심양에 있었을 때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서 잠시 오셨던 적이 있다. 심양에 외할아버지의 사촌동생들도 있어 과거에 자주 왔다가셨었고, 우리가 마침 있었던 때 북한에 계신 외할아버지의 막내동생이 중국에 나올 기회가 생겨서 오셨던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자식들 빼고는 혈육이 없는 외할아버지의 형제를 뵌 것이 나에게는 처음이자 (아마도)마지막이었다. 그 때 외할아버지는 한 달정도 심양에서 머물다 가셨는데, 그 때 외할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오녀산성'이라는 곳에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다. 이번에 가니 할아버지가 그 때 참 좋았다며 이야기를 하시는데.. 불과 8년 전인데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정말 안타깝고 슬프다.

 

 오늘은 외할아버지가 요양원으로 들어가시는 날이다. 부디 좀 더 기력을 차리셔서 건강히 오래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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