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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문화생활

북경상점

엘블 2015. 12. 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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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상점

 

 

 나는 개인적으로 새롭고 트렌디 한 것 보다는 세월의 흔적이 내려앉은 장소와 물건 등을 좋아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태생적으로 타고난 것 아닐까. 본능적으로 이끌리듯 말이다. 방문하는 장소도 그러하다. 나는 그림같은 휴양지 보다는 골목 골목 이야기가 남아있을 것만 같은 오래된 도시를 좋아한다.

 

 북경은 8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古都)이다. 북경에 가본 것은 2005년 대학 2학년 여름 방학 때 학교에서 단체로 방문한 것이 전부였다. 그 뒤로 2007년에는 중국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북경을 다시 갈 기회가 생기지도 관심이 생기지도 않았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같이 지냈던 친동생이 국경절 방학을 맞아 북경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기에 기차표를 구하느라 진땀 뺐던 기억이 북경에 대한 추억이라면 추억이다.

 

 얼마 전 집 근처 도서관에서 대출했던 책을 반납하고, 천천히 서가를 구경하는데 '북경 상점'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전자책 '타이베이 미식기행'을 기획하면서 생각보다 대만에는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가게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는데, 이 책을 읽고는 중국 대륙의 오랜 수도인 북경에는 클래스가 다른 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게가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게 되었다.

 

▲ 목차

 

 중국 북경에서 학업으로 인연을 맺은 저자가 북경에 대한 추억을 더듬으며, 북경의 오래된 상점에 대해 소개하고 싶은 바람에서 탄생된 이 책에는 꽤 많은 중국 북경의 오래된 상점이 소개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역사와 전통을 인정받은 상점을 노자호(老字號)라고 부르며 중국 상무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통계에 따르면 북경에 인증받은 노자호만 약 320여개가 있고 그 중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은 90여개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일반인이 많이 찾고 북경을 여행할 때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소개되고 있다.

 

 북경의 오래된 상점을 소개하고 그 곳을 방문한 감상을 적어내려가 눈에 잘 들어오고 금방 읽게 되는 책이다. 단, 각 상점마다 팔고 있는 것들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와 찾아가는 방법이 더 세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 책 하나로 여행계획을 짜는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책 각 장에 제공되는 상점에 대한 정보가 다소 빈약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 노자호 인증 마크

 

 오래된 수도이니만큼 역사가 깃든 상점이 많은 것도 어떻게 보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역사가 깊은 유서깊은 가게는 서울이 아니라 전국에 손꼽을 정도가 아니던가. 우리나라는 오래된 것 보다는 새롭고 트렌디 한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적 풍조가 있는 것 같다. 오래된 가게가 잘 된다 싶으면 다른 데서 모방하거나 그 가게가 프랜차이즈화 되어버려 개성을 잃어버려, 밋밋하고 획일적으로 되버리기 일쑤다. 우리나라의 창업자들도 돈도 돈이지만,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가게를 만든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호기심이 반짝거림과 동시에 우리의 현실에 씁쓸함도 느껴졌다.

 

내년에 어쩌면 북경에 방문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를 것 같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이지만, 기회가 있기에 북경에 대해서도 하나 둘 씩 알아갈까 생각중이다.

 

주관적인 평점

★★☆

 

BY 엘리스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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