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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관련책] 이 고도를 사랑한다
신라의 천년 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도시인 경주.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방문해 본 적이 있는 도시일거다. 대개 처음 방문은 어쩔 수 없는 단체방문(?)인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처음 경주를 갔었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무언가에 홀린 듯 낯설었던 경주에 혼자 방문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철없던 어린시절에 방문했던 경주에서는 그리 큰 감흥이 없었지만, 다 큰 뒤 어느정도 생각이 자리잡았을 때 방문했던 경주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 뒤로 해마다 경주에 홀린듯이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 이 고도를 사랑한다
▲ 이 고도를 사랑한다
▲ 목차
내가 경주라는 도시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홀린 듯 매번 방문하는 여행길에서 나 자신에게 계속해서 던지는 질문이다. 예전에 읽었던 알랭드 보통의 '불안'에서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이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사실 내가 홀로 경주에 방문했었던 시기가 나 자신이 상당히 '불안'을 느꼈던 때였다. 불안했던 나는 경주라는 도시를 홀로 찾았고,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의 시대가 지나고 덩그러니 남은 오래된 도시에서 무언가 위로를 받았었다. 대다수의 인간은 위대함과 화려함을 바라고 그것을 위해 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엔 그 끝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역사의 흐름 속엔 특출난 몇몇 사람들보다는 많은 보통사람들의 '삶'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는 것. 이런 생각들이 오래된 고도를 거니는 내내 내 마음속에 맴돌았었다. 그렇게 오래된 고도 경주는 나의 불안했던 마음을 다독여줬고, 나는 그 때 그 기억을 잊지못해 끌리듯 계속 경주에 방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주라는 도시에 매력을 느낀 뒤, 틈만나면 나는 경주에 관한 책이나 영상 등을 찾아보곤 한다. 그러다가 한 책을 발견했다. '이 고도를 사랑한다.'라는 제목의 책. 제목의 '고도'는 오래된 도시, 경주를 의미한다. 경주의 매력에 매료되어 자리를 잡은 한 소설가가 쓴 경주의 풍경을 보고 느낀 것을 적어내려간 짧은 에세이를 계절의 흐름에 따라 여러편을 모아 낸 에세이집이다.
저자가 경주에 매료된 이유는 도시 한 가운데에 자리한 '능'에 있었다. 거대한 능이 오랜시간을 거쳐 이제는 작은 언덕같이 자연 자체가 되어, 생멸의 순환과 우주의 질서를 보여주는 그 풍경이 근원적이어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나보다 앞선 시간을 살아간 사람 중 경주에 매료된 사람이 있었다니. 뭔가 동지를 만난 느낌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사랑하는 도시에 대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에세이를 남겼다니...! 나 역시 경주라는 도시에 매력을 느끼고 있어, 이 책을 읽어내려가며 혼연일체가 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마지막 편이었던 "저 바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이다. 이 편에서는 식혜골에 자리를 잡은 김혜자 누비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원래는 창녕에서 누비를 하다가 경주에 자리를 잡았다고. 이야기에서 나오는 식혜골 집에 이사온 뒤 그 분의 동생이 꿨다는 꿈 이야기가 참 신비로웠다. 어쩌면 우리는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지은 복과 저지른 업을 받고 갚기 위해 다시 태어나고 죽고를 반복하는 것 아닐지.
이 책을 다 읽은 뒤, "경주에 가고싶다"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아름다운 필체로 경주의 풍경과 이야기를 짧지만 잔잔한 느낌으로 적어내려간 에세이는 예술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경주가 가고 싶을 때마다 두고두고 책장에서 꺼내 한 편 씩 읽으면 위로가 될 것 같다.
▽ 그리고 마음에 드는 이 책의 디테일 ▽
▲ 책 표지를 펼치면 경주 지도가!
책 표지를 펼치면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구성된 경주의 주요 관광지 지도가 기재되어 있다.
정말 마음에 든다. ^^ 벽에 붙여 놓아도 좋을 듯!
▲ 책 중간 중간 들어간 김성호 화백의 그림
그리고 책 중간 중간 경주의 풍경을 그린 김성호 화백의 그림이 들어가 있어, 책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경주라는 도시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감히 추천하고 싶다.
BY 엘리스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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