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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제일 친한 친구가 올해 4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결혼 상대는 무려 10년을 사귀었던 남자친구. 중간에 몇번의 위기가 있긴 했지만 결국 결혼까지 골인하게 되었다.

10년 정도 사귀었으면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가 생길 법도 한데,

이 둘은 결혼준비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고난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남들과 비교하면서 갖출만큼 다 갖춰야 한다는 남자쪽의 입장.

결혼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는 꼭 필요한 것만 새로 사고, 되도록 기존에 쓰던 것들을 쓰기로 약속을 했지만...

결혼 시작과 동시에 주변에서는 어떻게 했다더라... 남자가 집을 해 오니 여자는 혼수 무조건 꽉꽉 채워와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사실 집도 1억은 둘이 대출받아서 산 것이고, 나머지 8천 중 3천만 시부모님이 해 주신 것이고

5천은 남자친구가 모은돈과 내 친구의 친정 부모님이 보태주신 돈..

(도대체 남자가 집을 해 오긴 하는 건가??)


사실 결혼이라는 것이 거래는 아닌데

왜 기브앤 테이브 논리와 남들만큼 해야 한다는 허세의식 때문에 결혼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남들이 하는 만큼은 무리해서라도 해야 한다고,

실속은 없는데 겉치장을 번드르르..

우리나라 사회의 커다란 문제이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차 둘의 줏대는 무시되고 주변의 입김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내 친구의 이야기에서 예비신랑도 처음엔 그렇지 않았지만,

본인은 아버지(그러니까 친구에게는 예비 시아버지)가 계속 극성으로 나오니 거기에 휩쓸린 듯 하다.

성인이고, 자기가 가정을 꾸리는 것인데 왜 그 준비 과정의 a부터 z까지 간섭이고 난리인지.

그런데 무조건적으로 자기 부모님 의견만 따르는 것도 웃기는 처사이다.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은 해주지 못할 망정 중간에서 자기 부모님이 한 말을 100% 그대로 부인 될 사람한테 옮기는 남자도...

사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핵심은 중간에서 얼마나 조정하고 서로 맞춰주냐인데...


결혼이란 두 사람이 독립적인 인격체로 만나, 독립된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본인들만의 기준을 만들고 그것에 따라 준비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항상 '정답', '정석'을 강요한다.

결혼 준비를 하게 되면 집은 대출받아서라도 사거나 전세를 얻어야 하고,

혼수는 어느 브랜드에서, 그릇은 어느 브랜드에서 해야 하고

서로 비교하며 부러워하며 다른 이들에게 강요한다.


이런 삐뚤어진 문화.

일명 허세문화.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그나마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친구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너무나 많다.

솔직한 심정으로 결혼을 말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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