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서울산책]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있는 권율장군 집 터와 딜쿠샤

 

 

 홍난파의 집에서 나온 뒤 빌라촌이 즐비한 골목길을 돌고 돌아, 권율장군의 집터와 딜쿠샤를 향해 걸어갑니다. 조용한 동네였는데 주변에 아파트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엄청 크게 들리더군요. 골목길 곳곳에는 휴일 공사를 규탄하는 글도 적혀있었고요. 지금 아파트 공사를 하고 있는 일대도 옛날에는 골목 골목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겠지요? 어쩌면 역사적인 장소가 있었던 자리가 남아있었을 수도 있고요. 개발도 좋지만 골목의 정체성을 없애버리는 획일적인 재건축은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 빌라 사이로 보이는 성곽 흔적

 

길을 걷다가 해설사님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저 곳을 한 번 바라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좁디 좁은 빌라와 빌라 사이. 돌이 쌓인 흔적이 보입니다.

7~80년대 난개발 당시 성곽을 무시하고 그 위에 그냥 건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더 우선이라 이런 경우가 빈번했었는데,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죠.

 

▲ 아름드리 은행나무, 수령은 450년이라고 한다.

 

권율장군집 터라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은행나무 아래 안내문이 적혀있습니다. ^^

 

▲ 권율장군 집터 옆에 서 있는 은행나무

 

수령이 450년 된 할아버지 은행나무인데도 불구하고,

병든 곳 없이 튼튼하게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이 곳에 서서 세월의 흐름을 모두 지켜보았겠죠.

 

▲ 딜쿠샤

 

은행나무와 좁은 골목길을 하나 두고 마주보고 서 있는 곳에 빨간 2층 벽돌집이 보입니다.

이 곳이 바로 딜쿠샤 인데요,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미국식 주택입니다.

이 건물을 지은 사람은 미국에서 온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와 그의 아내가 살던 곳이라고 합니다.

딜쿠샤가 건축되기 전에는 이 곳에는 마을 사람들의 성황당과 공용 우물터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 딜쿠샤

 

딜쿠샤는 힌디어로 '기쁨, 이상향'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하는데요,

테일러의 아내 메리 린리 테일러가 직접 붙인 이름이라고 하죠.

테일러 부부가 이 집을 떠난 뒤 이 곳에 대한 역사가 묘연해졌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비어있었다가, 주인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이 곳에서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고 하죠.

예전에 TV에서 이 곳의 보존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 딜쿠샤

 

2006년 앨버트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우리나라에 방문하면서

딜쿠샤에 대한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뒤로 딜쿠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하죠.

 

사진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보존상태가 상당히 엉망입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도 보이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일종의 무단점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 딜쿠샤의 모습. 보존이 시급하다.

 

앨버트 테일러 가족이 이 곳을 떠난 뒤로 사람들이 살면서

이곳 저곳 마음대로 손 본 흔적들이 보입니다.

어찌보면 이 곳도 우리나라의 역사의 일부 일텐데.

이 건물을 지은 앨버트 테일러는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그는 제암리 학살사건을 취재하는 등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 적극 협조하였다고 하지요.

 

▲ 딜쿠샤에 적혀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안내문

 

보존이 시급한데..

아직도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협의는 진행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무단 점유자들도 어찌보면 이전에 살던 사람들에게 속아(?) 계약을 체결했을수도 있는데..

국가차원에서 매입하는 셈 치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시킨 뒤

빨리 보존을 해야하지 않을까요.

문외한인 제가 봐도 딜쿠샤의 상태는 꽤나 심각해보였습니다.

 

참, 딜쿠샤라는 명문은 요 간판 아래옆쪽에 장독대 뒤에 감춰져 있답니다.

장독대는 거주자의 것이겠죠. --;;

해설사님이 잠깐 들춰서 확인해주셨답니다..;;

 

▲ 서울 성곽길, 인왕산으로 연결된다.

 

딜쿠샤까지 관람한 뒤, 은행나무 옆쪽의 쪽길을 통해 인왕산쪽으로 걸어올라가는데...

비가 후두둑 후두둑 쏟아집니다.

2시간 가량의 짧은 산책을 마쳤네요.

날씨 좋을 때에는 이 곳을 통해서 인왕산을 툴러보아야겠습니다.

 

BY 엘리스 블루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