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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멍때림이란..?


[가끔씩은 그냥 멍 때려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요즘 '피로사회'라는 책을 읽고 있다. (나에게 약간 어려운 책이다.)

아직 책을 완독한 것은 아니지만, 강렬한 인상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멀티태스킹, 즉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이 겉으로는 상당히 진화되고 발전된 일처리 방식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후행한 일처리 방식이라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이라는 말로 포장을 해서 무언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예전 구석기 사회에서 수렵생활을 할 때의 인류도 멀티태스킹을 했다는 것이다.

안전의 위협을 신경씀과 동시에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한 사냥을 해야 했고,

잠을 자면서도 동시에 어디서 덮쳐올지 모르는 위험에 가족의 안전을 신경 써야 했다.


우리는 흔히들 '멀티 플레이어', 즉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사람을 대단한 능력자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일 자체가 반복적이고 숙련되면 누구나 일정한 속도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피로사회'의 저자는 멀티태스킹은 결코 발전된 행동방식이 아니며 오히려 구석기 시대 수준으로 행동방식이 후퇴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머뭇거림'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는 무엇이든지 빨리 해결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버스를 기다릴 때에도, 누군가를 기다릴 때에도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가끔씩은 그냥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여유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전이다.

하지만 그런 잠시의 '머뭇거림' 또는 '멈춤'에 인류의 사고적 발전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실제로 현대 사회에서 중요시 되는 것은 '속도'가 아니던가?

하지만 '속도'를 중시여기는 현대 사회에서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들, 지식인들이 미래의 해답을 '고전'에서 찾고 있다.

'고전'을 쓴 사람들은 과거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전혀 다른 시대적 배경에서 그 지식들을 생각하고 생산했다.

그 시대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지금보다는 좀 더 천천히 여유있게 흐르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서 그들은 인생의 상당시간을 '생각'에 할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는 멍 때리다가 생각에 생각에 꼬리를 물었을 수도..)


이런점에서 볼 때, 우리는 발전된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적인 면에서 발전했을지는 모르지만, 

그 부작용으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렸고..

그냥 몸이 편하고, 빠른것이 좋다고만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언가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무언가 압박을 해서 빨리 빨리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


그저 쳇바퀴 굴러가듯 인류가 계속 이렇게 살아간다면

인류의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멈춤, 머뭇거림.

현재의 시점에서 보기에 한심하기 그지없는 이런 행위들이

사실은 인간이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시간적 여유라면..?


나는 바쁘게 달리다 잠시 멈춰서 있다.

용기를 내어.

쳇바퀴 구르듯 반복되는 일상과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디어 내며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무력화 시키고, 내 영혼을 잠식한다는 사실을 미약하게나마 알고 있었나 보다.


어쩌면 나는 꽤 괜찮은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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