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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굼부리 / 오름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 38번지
전화
064-783-9900
설명
한라산의 기생화산 분화구로 다른 분화구와 달리 낮은 평지에 커다란 ...

 

화산섬인 제주도에는 수많은 오름들이 있습니다.

산굼부리도 그 많은 오름 중에 하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입니다.

기억의 저편 학창시절에 하나씩은 있음직한,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코스이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 익숙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창시절 어렴풋이 다녀갔던 기억은 있지만

정작 그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던 산굼부리

늦봄의 제주여행에서 그 아련함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방문하였습니다.

 

늦봄의 날씨는 변덕스러워,

작은 빗줄기가 내리다 멈추다를 반복.

산굼부리에 다다랐을 때에는 환영이라도 하듯, 빗줄기가 잦아들었습니다.

 

 

 

산굼부리, 산굼부리, 산굼부리

이름이 익숙하긴 하지만 어떤 뜻인지 짐작하기 힘듭니다.

산은 말그대로 山

굼부리는 제주방언으로 '산 정상에 우묵하게 파인 곳'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그러니 산굼부리는 '정상에 우묵하게 파인 곳을 가진 산' 이라는 의미가 되겠지요.

 

 

경사가 있긴 하지만,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산굼부리 정상으로 향합니다.

산굼부리 경사면에는 갖가지 풀과 꽃이 아름다운 색을 뽐내며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지요.

그 가운데 제주와 함께 살다 간 이름모를 분들의 무덤이 듬성 듬성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제주에 나서, 제주의 자연으로 돌아간 분들

무덤의 둘레는 제주에서 흔한 현무암 덩어리로 만들어졌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함이 담겨있는 제주도의 전통이겠지요.

 

 

시원한 바람과 공기를 맞으며 산굼부리 정상까지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산굼부리에는 한 가지 전설이 내려옵니다.

 

  옛날 옛적에 하늘나라 옥황상제님께서는 많은 시녀들과 함께 견우성, 직녀성처럼 훌륭한 별들도 거느리고 있었는데

  한감은 그 별들 중의 하나였다. 옥황상제님 딸 가운데 말잣딸(셋째공주)은 착할 뿐만 아니라 총명해서 상제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다시키하여 자라고 있었다. 한편 한감은 별들의 세계에서도 영특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러던 중 상제님의 생일 잔칫날이 되었다. 많은 손님들이 초대되어 오갔는데, '한감'도 그 자리에 초대되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한감'과 '말잣딸'은 서로 눈이 맞더니 사랑의 불이 붙기 시작하였다. '한감'과 '말잣딸'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서로 만나 속삭이고 떨어지곤 하였다. 둘 사이 사랑의 소문은 어느새 세상에 퍼지게 되었다. 소문은 드디어 상제님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상제님께서는 크게 노하시며, 하인을 불러 '한감'과 '말잣딸'을 당장 잡아오라고 명하였다.

  상제님 앞에 끌려온 '한감'과 '말잣딸'은 엎드리어 사실을 아뢰고 용서를 빌었다. 옥황상제님께서는 '부모의 허락 없이

  남녀가 사랑을 한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하며 귀양살이를 명하였다.

  '한감'과 '말잣딸'은 할 수 없이 경치 좋은 세상을 찾아 떠나기로 하였다. 이들은 그 길로 구름길 바람길 따라 천둥과 벼락을

   치며 이 세상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한감과 말잣딸은 지상에 내려와 어디로 좌정할까를 점치다가 산굼부리에 살기로 하였다.

   이 때부터 이들의 부부살림은 시작된 것이다. '한감'은 사냥을 하고 '말잣딸'은 나무열매를 따 먹으며 살았다.

   한라산에는 온갖 짐승도 많았으나, 나무열매도 풍성하였다. 노루, 사슴, 오소리, 멧돼지, 꿩들과 보리수 나무열매, 산딸기,

   산바나나, 다래, 머루, 시러미들과 그 밖의 열매들은 이들의 주식이었다. 이렇듯 '한감'과 '말잣딸'의 식성은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으로 그 식생활은 각기 구분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그 식성이 다름에서 서로 갈등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결국 이들은 이 식성이 다름에서 서로 살림을 분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고약한 냄새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으니, 우리 이제 헤어져 삽시다." 말잣딸의 제안이었다.

   한감도 더 이상 억지를 부릴 수가 없어, 결국 도의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말잣딸은 인가를 찾아내려오다가 지금의 제주시 남문 밖 천년 팽나무 아래 이으렀다.

   여기가 경치가 좋고 좌정할 만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신앙민들에 현몽시켜 단골을 두게 되었다.

   신앙민들은 제물을 차려와 명과 복을 비는 것이었다. 지금 이곳을 각시당이라고 불리우고 있으며 옥황상제님 말잣딸 아기가

   귀향와 좌정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한감'은 산굼부리에 살면서 산의 짐승들을 돌보며 살아가게 되었다. 사냥꾼들은 사냥할 때 이곳에서 산신제를 지내면 그 날

   사냥에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또한 옛날에는 이곳에서 산신에 대한 제사를 올린 다음 산행을 해야 무사했다고

   전한다. 이 곳에서 사람들이 큰 소리를 지르거나 부정한 짓을 학 되면 안개가 삽시에 덮히고 지척을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것은 여기 산신이 노해서 부리는 조화라고 한다.

 

                                                                                    [제주민속박물관장 사회학 박사 진성기씨의 제주도 전설집 중]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설을 만든 것을 보면

옛날 사람들이 산굼부리를 두려워 하기도 했지만,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직도 한감이 이 곳에 산신으로 변하여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산굼부리 전설 글귀를 읽으니 산굼부리가 더 신비롭고 새롭게 다가 옵니다.

 

 

산굼부리 정상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는 느낌보다는 나즈막한 언덕하나를 오르는 느낌이랄까요.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유모차를 끌며 오르는 가족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산굼부리 정상에서는 깊게 파인 '굼부리'를 볼 수 있습니다.

빽빽히 들어선 나무사이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이따금씩 들리는..

시원한 바람들이 나무사이를 지나, 제 얼굴을 스치는 순간 코끝에는 상쾌한 향이 뺨에는 시원함이 느껴집니다.

완만하게 파인 저 분화구 아래는 사람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갖가지 귀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때묻지 않은 제주의 자연을 멀리서나마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도 산굼부리 정상에 자리를 잡았네요. 

 

 

 

이름모를 아름다운 하얀색 꽃

 

시원한 산굼부리 정상에서의 한줄기 바람과, 굼부리 아래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제주의 봄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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