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Beautiful KOREA/경주여행

왜 경주야?

엘블 2014. 3. 22. 11:00
반응형

경주는 수학여행의 단골 장소이다.

여행의 '여'자도 모르고, 그저 이끌리는 대로 살던 어린시절 뭣도 모르고 방문했던 경주에 대해 남아있던 인상은 별로 없었다.

단지 기억에 남는 추억이라곤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으로 갔던 춥고 낯설었던 늦가을 그곳에서

친구와 둘이 길을 잃고 길을 벗어나 담임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는 것 정도.

 

나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친구와 함께 떠났던 첫 여행에서 비롯된 것 같다.

2004년 대학생이 되었던 그해, 친구와 단 둘이 떠났던 첫 여행지는 일본 동경이었다.

그 때에는 일본문화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라, 내 또래 아이들은 모두들 일본에 가보고 싶어했더랬다.

무슨 경험이든 첫 경험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탓일까?

호기심을 가득 안고 처음 발을 디뎠던 여행지인 탓도 있었겠지만,

유독 그네들의 전통이 잘 이어져 가는 모습이 내게는 충격이었고 인상적이었다.

장인 문화와 고풍스런 건물들과 유서깊은 거리들이 공존하는 나라.

 

문득,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사실 나는 우리나라의 여행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그 강렬하고도 인상적이었던 첫 여행이 끝나고,

그 후로 부터 나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나라의 관광지, 그 중에서도 특히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2007년 중국 어학연수 중 중국의 고도 시안(西安)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1학기 어학연수가 끝나고 찾아온 여름방학 기간에 같은 반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하얼빈에서 45시간의 장거리 침대칸에 몸을 뉘이면서 말이다.

처음엔 진시황릉을 지키는 지하 군단인 '병마용'에만 관심이 있어 방문을 결정했었다.

하지만 막상 가서 4박 5일 동안 그 도시를 둘러보는 동안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듯한 그 도시의 모습에서,

무언가 묘하면서도 울컥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과거의 영화가 휩쓸고 간 그 자리에서 지금도 많은 이들이 평범한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고...

화려했던 옛것들은 그저 갖혀 있는 '문화재'가 아닌 민초들의 생활 터전 중의 일부일 뿐이라는 그 헛헛함.

 

알랭드 보통은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중에서도 화려했던 그 옛날의 고도(古都)를 여행하는 것이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번째, 그 옛날의 모습을 상상하며 여행을 하는 순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공간에 대해 동경같은 것이 있다.

특히 그 시공간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생각과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만 다를뿐인 그 공간에 서서 나만의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곤 한다.

결국 이 이유는 완전히 자기 만족인지도 모른다. 호기심에서 나오는 상상의 나래.

두번째, 알랭드 보통이 이야기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인데, 일종의 위안을 얻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위대함과 화려함을 좇지만 그것도 결국엔 그 끝이 존재한다는 것. 그 사실을 직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승리자의 입장에서 씌여지지만, 그 흐름속에는 무수히 많은 보통사람들의 '삶'이 존재했었다.

화려함 끝에 찾아오는 허무함과, 그 화려함을 지탱했던 수많은 평범함이 있었다는 것을 느끼며

어쩌면 평범할지도 모르는 내 삶에 대한 위안을 얻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내가 오래된 공간과 장소에 집착하는 것 같다.

 

경주는 중국의 서안과 비견되는 우리나라의 고도(古都)이다.

유명세를 입증하듯 한 해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간다.

흔히들 유럽, 남미 등 기타 국가에는 배낭여행을 잘들 가는데 국내의 여행지에 대해서는

일종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존재하는 것 같다.

다행히도 '내일로' 등을 통한 대학생 및 청년들의 국내 여행 장려 프로그램이 생겨나긴 했지만

아직 해외 유명여행지와는 차이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인가 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듯, 우리나라 곳곳을 그와 비슷한 방법으로 여행을 해 본다면 어떨까?

물론 대도시가 아닌 곳들은 교통도 불편하겠지만 여행의 방법이 바뀌면 즐거움도 바뀌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서 처음 그런 방법을 가지고 여행을 하기로 하고 방문을 결정했던 곳이 바로 '경주'였다.

시내에 역사적인 장소들이 삶의 터전들과 공존하고 있고, 발길 닿는 곳 마다 유적지가 지천인 그곳!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외 여타 관광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관광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었다.

(경주 여행 준비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간 경주에서 나는 경주에 빠져버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