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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관련/책] 사라진 도시 서라벌(경주 속 신라 이야기) -김성용 지음-




사라진 도시 서라벌

저자
김성용 지음
출판사
눌와 | 2011-11-2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과거의 서라벌 + 오늘의 경주 = 경주의 미래 오늘의 경주에 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경주를 다녀온 후, 경주에 대해 부쩍 관심과 궁금증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이제까지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던, 값진 천년고도에 대해 무관심했던 태도도 조금 반성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는 다른나라의 유명한 역사도시에는 열광하면서,

유독 우리것에는 무관심을 넘어 무의식 속에서 하대를 하고 있다.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해마다 해외여행 관광객은 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주요 관광지인 경주의 방문객 수는 소폭 감소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나는 경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읽을만한 책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기 시작했다.

경주에 대한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발행된 책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보다는

좀 더 학술적이고 심도있는 어려운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 방영을 계기로 미실과 화랑 등에 대한 소설과 가벼운 책은 몇 권 있었지만,

'경주'라는 도시에 대해 맥락과 역사를 기술해 놓은 가벼운 서적은 적은 편이었다.

그 중에 그나마 최근에 발행된 '사라진 도시 서라벌'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의 저자는 교수나 역사가가 아닌 경주라는 도시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기자분이었다.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전문가가 아니지만 홀로 의문과 관심을 가지고 답사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조사를 하고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앞으로 경주의 역사문화 보존 방안에 대한 제안까지 담고 있는 책이었다.


책 내용의 큰 제목 차례는 다음과 같다.

1. 왕궁이 없는 천년고도

2. 월성, 천 년 잠에서 깨어날까

3. 경주 고분 155기

4. 물의 도시 서라벌

5. 서라벌의 복원

6. 통일신라에 대한 엇갈린 평가

7. 천 년 왕조의 멸망

8. 21세기 서라벌, 경주의 미래


경주, 과거의 서라벌을 부분 부분 뜯어 보는 것이 아닌전체적인 관점에서 기술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책의 첫부분은 경주의 월성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된다.

세계의 고도라 일컬어지는 도시들은 궁궐이 남아있기 마련인데, 경주는 왕궁이 남아 있지 않다.


경주에 방문해 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방문했을 월성 일명 반월성이 신라의 옛 왕궁이 존재했던 곳이다.

과거에는 경마장과 체육공원까지 들어섰다가 보존지구로 지적된 후 철거되고, 거대한 빈 공간이 되어 있다.

국립경주문화재 연구소는 월성 지구의 내부의 문화재 분포 현황 조사를 위해

지하 레이더 탐사를 실시했었는데, 그 결과 내부에 많은 매장물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겉으로는 황량해 보이는 공터 같지만, 내부에는 신라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많은 유구가 매장되어 있는 것이었다.

과거 건물터로 추정되는 기단석 부터 여러 유구들까지!

굉장히 많은 유구들이 있어 발굴하려고 파헤쳤다가 다시 덮어버렸다는 일화도 있었다.

하지만, 발굴은 신중해야 한다.

책에서는 경주 고분 발굴 및 무령왕릉 발굴 사례를 들어 과거와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됨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런 주장은 고고학계에서는 이미 계속 제기되어 왔다고 한다.)

경주의 고분 발굴도 과거 박정희 정부에서 경주의 관광지화를 위해 기대를 안고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고 박정희 대통력 덕분에 경주가 관심을 가지고 정비를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생긴 것도 사실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사실 매장문화재는 원래 있는 대로 보존하는 것이 최고라고 한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서 파헤쳐지고 세상에 공개가 되는 건 아닌지...

월성 발굴은 성급하게 하는 것보다 철저한 연구와 고증을 통해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년을 내다보고 발굴돼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경주에는 시내 곳곳에 고분군이 즐비하다.

차를 타고 다니는 것보다 걸어다니면 그 모습이 더욱 가까이 다가오게 되는데

무덤 옆에 집이 있고, 건물이 있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낯설기도 하다.

경주 155고분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근무했던 일본의 고고학자 노모리 켄이

당시까지 분구가 남아 있던 고총과 고분 155기에 개별 호수를 부여하고 지도를 표시한 데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 고유번호는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방문한 결과 일부는 도시 개발로 많이 소실되었고(특히 팔우정 쪽), 사유지에 있는 고분의 경우

관리가 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어 희미한 흔적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카페거리가 자리하고 있는 봉황대가 있는 노서동 고분군에는 사각 모양의 약간 높은 편평한 터가 있는데

나는 그곳이 건물터인 줄 알았는데 책을 보고 발굴 뒤 고분 윗동이 잘린채 방치된 '호우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발굴 후 그 자리조차 제대로 보존되지 않았던 안타깝고 쓸쓸한 현장이었다.

사람들은 발굴 후 얼마나 값진 것들이 나왔는지에만 관심이 있지, 그 후에 어떻게 보존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밤에 방문했던 대릉원 안의 천마총]


그리고 책에서 대릉원 안에 있는 천마총 발굴 현장의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정말 흥미로웠다.

"...조심스럽게 천마도를 들고 무덤 밖으로 나왔을 때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쳤다.

 발굴자들은 물론 경주 시민들까지 놀라 1500년 가까이 묻 있던 고분을 파헤친 것에 하늘이 노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황남대총을 발굴할 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발굴을 시작한 지

 10여 개월 만에 중심 밑바닥에서 관곽이 드러나자 갑자기 하늘이 벌겋게 변했다고 한다. 당시 발굴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그 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고분 발굴과 갑작스런 기상 변화에 신비함을 넘어 공포까지

 느끼기에 충분한 일이 잇따라 발생한 사건은 대릉원의 불가사의로 전한다."

스토리텔링으로도 충분한 흥미롭고 신비로운 이야기가 아닌가?


경주에 가면 작은 하천을 볼 수 있지만, 그 물의 양이 많지 않다.

사람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물은 필요조건이다.

지금은 물의 양이 극히 부족해 보이는 경주에 그 옛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모여 살았을까?

"...서라벌은 퇴적층 위에 형성된 도시이다. 남산, 낭산, 월성 등 자연 지형이 남아 있는 곳을 제외하면

 평지 어느 곳을 파 보아도 모래와 자갈이 섞인 흙이 나온다. 경주는 북천, 남천, 대천 등이 합류하여

 북쪽의 형산강으로 흘러들어간다. 형산강은 대천, 남천, 북천 등 아홉 지류로 이루어져 가장 넓은 유역

 면적을 형성하는 강으로 과거에는 큰비가 내리면 짧은 형상간 본류에 지류의 빗물이 모여 하류가

 범람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다. 경주는 여러 하천이 만나는 곳일 뿐만 아니라 하천에 둘러싸여 있어

 하천 범람하는 일이 많아 항상 홍수의 위험을 안고 있는 지역이었다.."

사실 경주에 방문했을 때에 흔히들 가는 코스로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경주의 하천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부분 부분에 집중하고 전체를 보는 안목이 없어서 였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하루 동안 경주 시내 곳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북천 변을 따라 쭉 뻗어있는

자전거 도로를 달린 적이 있었다.


[북천 변에 자리하고 있는 자전거 도로, 오른편에 북천이 보인다.]


그 때 생각이 "북천인데 물이 왜 이리 적지? 바닥이 저 아래인데.. 도로와 너무 지대가 차이가 나는게 아닌가?"

라고 마음속으로 의아함을 품었지만 더 이상 의문을 가지지는 않았었다.

그 황량하던 하천이 과거에는 범람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일이다.

"...당시 북천은 서라벌을 지키는 수호신이자 생명의 원천 같은 존재였다. 북천변에 사찰을 많이 건립한 것도

 단순히 범람을 막기 위한 노력만은 아니었다. 신라사에 어려울 때 힘을 얻고 자연의 기운을 받는 곳이 북천이라

 기록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북천은 왕경 서라벌을 지키는 중요한 강이었다..."

경주에는 신라시대 우물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땅을 조금만 파도 물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라시대에는 집집마다 우물이 있을 정도로 그 숫자가 많았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물이 솟는 우물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쪽샘 유적지구의 쪽샘.. 쪽빛의 물이 나와 쪽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은 정비되어 물맛을 볼 수 있다고..)

하천의 범람과 습지화로 사찰과 숲을 조성한 예와 이야기를 책에서 읽을 수 있었다.

신라시대에는 범람이 잦았던 북천을 효과적으로 치수했으나, 신라가 멸망하고 고려시대 부터는 효과적인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범람이 잦았고, 북천변에 위치한 신라시대 유적 다수가 훼손되었다고 한다.

경주의 과거 지형적인 특징과 '물'을 테마로 접근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경주의 과거 복원 현황 및 앞으로의 복원 방향에 대해 책에서 제시하고 있었고,

통일 신라를 보는 학계의 두 가지 시각에 대해서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라가 멸망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정리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국사 교과서에서는 디테일하게 나오지 않는 내용들 ^^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경주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한다.


"문화국가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우수한 문화유산이 풍부하고 문화에 대한 애착이 강한 나라이다.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했지만 잘 보존하지 못했다면 그 나라를 문화국가라고 부를 수는 없다.

 문화유산은 유산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잘 보존하여 후대에 전승했는지도 중요하다.

 문화유산을 얼마나 잘 지키고 보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가까이 있고 쉽게 볼 수 있는 것에 무심하고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경주도 마찬가지이다.

학창시절에는 반강제적인 수학여행에 툴툴대며 방문하고(그 때는 누구나 그러하다),

성인이 되어서는 차를 타고 유명한 곳만 휙휙 둘러보고 '다 봤다'라고 이야기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경주는 몇십번 가도 다 못 볼 것 같다. 기회가 될 때마다 계속 갈거다"라고

이야기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이다.

하지만 해외 유명 도시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상당히 동경을 가진다.

경주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특이하고도 귀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해마다 경주를 방문하고 있는 관광객의 수는 소폭 감소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 경주를 방문하면 좋은 곳도 많지만, 일부 관광지의 경우 길을 찾기가 힘들거나 외국 관광객을 배려한

시설이나 표지판이 살짝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 경주에서 어떤 중국인 관광객이 버스를 이용하는데 뭘 물어봤다고 한다.

그런데 기사 아저씨가 성질을 부렸다는 일화도 들은 적이 있다! (ㅠ_ㅠ 그 중국인 관광객은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풍부한 잠재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인프라는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닐까?


경주가 지속적으로 관광역사문화 도시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단순히 여행을 식도락과 유명 관광 스팟만 찍고 보는 것이 아닌,

방문하는 도시 그 자체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봐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 가봤다고 해서 그 도시를 다 봤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나 경주는 그러하다.

경주는 도처가 문화재고 발길 닿는 곳마다, 계절마다 그 매력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과거 서라벌의 옛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일어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서라벌의 옛 이야기를 많이 찾아봐야겠다.

역사가나 교수가 아닌 신문기자가 경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펴낸 '사라진 도시 서라벌'!

술술 읽히는 책이다. 경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BY 엘리스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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