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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여행] 중국상인이 세운 절 고후쿠지(興福寺)

 

 

 

 메가네바시를 보고 난 뒤 계속 걸어서 다음은 나가사키의 유명한 사찰 중 하나인 고후쿠지(興福寺)로 향했습니다.

 

 예전부터 상인들의 왕래가 잦았던 나가사키에는 중국상인들도 많이 드나들었습니다. 고후쿠지는 1620년 이 곳 나가사키에 진출했던 중국인이 항해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건립한 절이었습니다. 당시 서양상인들을 통해 유입된 천주교는 막부에서 철저히 금지하고 있었는데, 나가사키에 살던 중국인들도 천주교 신자라는 의심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중국상인들은 불교신도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고후쿠지 외에도 여러 중국절을 설립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나가사키에는 절을 의미하는 '寺'자가 붙은 곳이 꽤나 많더군요. 일본은 절보다는 신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나가사키의 역사를 이해하니 나가사키에 절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고후쿠지에 오기 전에 둘러보았던 메가네바시 기억하시죠? 메가네바시를 가설한 사람이 바로 고후쿠지의 제2대 스님이었던 노죠였다고 합니다. 비록 복원된 것이긴 하지만 얼핏 중국양식도 느껴졌는데 말이죠. 실제로 중국 남방 수향(항주, 소주 등)에 가면 화려한 돌다리들을 많이 볼 수 있죠. 그 쪽에서 기술이 유입된 건 아닐까요?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고후쿠지에는 일본의 국가지정 중요문화재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후쿠지 일대 자체도 나가사키현 지정사적지라고 하네요.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메가네바시를 보고 쭉 산책하듯이 오셔서 관람하면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네요~*

 

▲ 운세종이를 뽑는 자판기

 

일본 신사에 가면 운세종이(오미쿠지)를 뽑는 곳이 있죠. 그런데 고후쿠지에 가는 길에 오미쿠지와 부적을 판매하는 자판기가 있어 인상이 깊어 사진으로 찍어보았습니다. 운세 자판기까지 있다니~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가격은 100엔, 우리나라돈으로 약 천 원 정도 되겠네요. 일본어가 가능하다면 재미로 뽑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하네요.

 

▲ 고후쿠지 가는 길

 

하천변을  따라 걷다가 고후쿠지로 가기 위해 골목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저 멀리 벚꽃이 가득 핀 벚나무가 보이죠? 정말 아름다운 골목길이었어요.

 

▲ 고후쿠지

 

고후쿠지는 나즈막한 산 비탈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관광객들이 그리많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였네요.

 

▲ 고후쿠지 대웅보전

 

일본 국가지정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고후쿠지의 대웅보전입니다. 앞서 설명했던 메가네바시를 가설한 고후쿠지의 2대 주지였던 노조 선사가 건립한 건물이라고 하네요. 1632년 처음 지어졌고 1883년 재건축되어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중국 양식을 가진 건물이라고 하네요.

 

▲ 고후쿠지 대웅보전

 

대웅보전 앞쪽에 서서 바라본 복도의 모습입니다. 문득 중국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고후쿠지 대웅보전 편액

 

'航海慈雲'(항해자운)이라고 적혀있는 고후쿠지 대웅보전의 편액입니다.

필체에서 힘이 느껴지죠?

항해자운. 배를 타고 바다를 나아갈 때 은혜가 구름처럼 널리미치라는 뜻인데,

배를 타고 오가는 상인들의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합니다.

 

▲ 대웅보전 내부

 

대웅보전 안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불상 앞 천장에 걸려있는 거대한 유리등이 보이나요? 저 유리등은 상해에서 가져와 조립한 것으로 중국 장인이 제작한 귀한 물건이라고 해요. 제작연대는 청조 말기로 매우 정교하게 조각이 새겨졌을 뿐만 아니라 일본에 존재하는 비슷한 유리등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 빙열(氷裂)식 문살로 된 원형참문

 

빙열(氷裂)이 무엇을 의미하나 싶어 사전을 검색해 보니 '사기그릇 따위의 겉면에 올린 잿물이 너무 굳어 이리저리 째져 이루어진 가는 금'이라고 하네요. 도자기 그릇 중에서 간혹 자세히 살펴보면 가는 금이 자잘하게 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모양을 이르는 한자인 것 같습니다.

  

▲ 고후쿠지에 핀 동백꽃

 

3월 말 나가사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동백꽃도 고후쿠지 안에 피어 있었습니다.

 

▲ 나카시마 사당 유구 대학문

 

대웅보전을 둘러본 위 다시 앞뜰에 나와 어슬렁거리던 중 구석에 있는 특이한 모양의 문이 눈에 띄었습니다.

 

▲ 나카시마 사당 유구 대학문

 

이 문은 1647년 일본의 유학자 '무카이 겐쇼'라는 사람이 히가시우와마치에 세웠던 다테야마 서원의 문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서원 안에는 공자묘와 학사가 건립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1663년 대화재로 다테야마 서원은 소실되었다가 1711년 나카지마 강 연안에 재건되었다고 합니다. 한때에는 이 곳에서 수학하는 사람이 많아 크게 번성하였으나 메이지시대에 들어 규모가 축소되었고 1959년 보존을 위해 고후쿠지 안에 이전되었다고 하네요.

 

이 문에는 대학장구의 일절이 새겨져 있어 '대학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에도 유학이 전래되어 공부하는 곳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 고후쿠지

 

고후쿠지 안에는 잠시 쉬면서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다다미 카페 같은 것이 있으니 쉬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

 

▲ 삼강회소 문 앞에서 바라 본 대웅보전

 

▲ 고후쿠지 삼강회소(三江會所) 문

 

대웅보전을 등지고 왼편에 자리하고 있는 삼강회소 문입니다. 얼핏봐도 중국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건물이었습니다.

삼강(三江)이란 중국의 장쑤성(江蘇省), 안후이성(安徽省), 상하이와 저장성(浙江省)을 지칭하는 명칭입니다. 이 지역 출신의 중국인들이 모여 1878년에 삼강회를 설립하고 고후쿠지 안에 사무소를 두었고 1880년에는 삼강회의 집회소인 삼강회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러다가 1945년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으로 심하게 훼손되어 현재는 이 삼강회소 문만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훼손되지만 않았다면 원형의 모습이 보존되어 내려왔을텐데 조금 안타깝긴 하더군요.

 

▲ 고후쿠지 삼강회소(三江會所) 문

 

상강회소 문을 보면 문턱이 상당히 높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것은 돼지를 내쫓기 위함으로 중국풍 건물에서 볼 수 있는 건축양식이라고 합니다. 산 아래라 멧돼지가 많이 들어왔던 걸까요? 궁금증이 생깁니다.

 

▲ 고후쿠지 삼강회소 안뜰

 

삼강회소 문을 지나니 아담한 중국스타일의 정원이 펼쳐졌습니다!!!

 

▲ 고후쿠지 삼강회소 안뜰

 

예전에 이 곳에는 삼강회소 집회 건물이 세워져 있었겠죠?

그 자리에 지금은 아름다운 정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고후쿠지 삼강회소 안뜰

 

▲ 고후쿠지 삼강회소 안뜰

 

봄을 맞아 각종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던 아름다운 정원!

 

▲ 고후쿠지 삼강회소 안뜰

 

▲ 고후쿠지 삼강회소 안뜰

 

정원 가운데에는 도자기로 만든 중국식 원형 테이블과 의자도 있었어요.

이 곳에 앉아 잠시 새소리를 들으며 지친 다리를 쉬어갔습니다.

 

▲ 고후쿠지 삼강회소 안뜰

  

▲ 고후쿠지 마조(馬祖)

 

대웅보전을 등지고 오른편 너머에는 중국 민간신앙에서 널리 숭배되고 있는 바다의 여신인 마조를 모시고 있는 사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고후쿠지 마조(馬祖)당

 

나가사키 렌턴페스티발에도 마조행렬이 있나봅니다.

마조신앙은 바다를 끼고 있는 중국 남부 해안가 지방에서 널리 퍼져있는 민간신앙입니다. 처음에는 바다 항해 시 순항을 기원하기 위한 숭배의 대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 지금은 건강과 행복, 부귀 등 다방면에서 숭배하는 대상이 되었다고 하네요.

 

▲ 고후쿠지에서 돌아오며

 

산아래 자리한 고즈넉하고 조용한 절이었던 고후쿠지. 나가사키에 자리를 잡고 살던 중국사람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재를 살펴 볼 수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나가사키는 어쩌면 문화의 용광로가 아니었을까요. 무역항으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오가며 다양한 문화를 뿌리던 곳. 그곳이 바로 나가사키였습니다. 나가사키 여행 시 이런 관점에서 보고 느낀다면 좀 더 풍부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BY 엘리스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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